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힘이 드는 부분이 ‘오늘은 무엇을 어떻게 먹여야 잘 먹을 수 있을까?’인 것 같아요. 먹고 놀고 자는 게 하루 일과인 아기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까요? ‘이유식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시는 분들 많으실 거에요.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저희 아기는 이제 곧 돌이 다가오고 후기 이유식을 진행중이에요. 아직도 잘 먹다 안 먹다 하지만, 그래도 저희 아기가 꾸준히 잘 먹어주는 음식이 바로 제가 만든 죽이유식이랍니다?!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토핑이유식에서 죽이유식(밥솥이유식)으로 바꾼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다들 주목해주세요^^
토핑이유식이란?
요즘 이유식 트렌드는 ‘토핑이유식’이더라고요! 기본이 되는 이유식(쌀미음, 잡곡미음, 쌀죽, 잡곡죽…)에 반찬을 따로 제공하는 방식을 말해요. 여기서 반찬은 재료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그대로 제공해요. 예를 들면, 브로콜리를 데친 후 갈아 반찬처럼 주고, 기본이유식 한입, 브로콜리 한입 이런 식으로 먹이는 거죠. 밥과 반찬을 따로 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토핑이유식은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고, 음식의 맛과 향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서 아기의 입맛 발달, 식습관에도 좋다고 해요. 다양한 재료를 하나하나 맛봄으로써 다양한 식감을 경험할 수 있고, 여러가지 식감을 경험하다 보면 음식 거부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호기롭게 시작한 토핑이유식! 거부를 하다.
저희 아기는 딱 180일에 이유식을 시작하였고 뿐이토핑이유식, 하정훈 선생님의 이유식 책을 참고하여 시작하였어요. 이유식을 시작하는데 준비물도 왜 이리 많은지! 제2의 혼수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이유식을 만들어보겠다고 이것 저것 샀더랬죠. 흡착볼, 스푼, 조리도구, 이유식 보관통 까지! 사진에는 없지만 도마, 칼, 계량컵, 저울, 쵸퍼, 찜기, 이유식 큐브 등 많이 구입했어요! 나중에 정말 잘 쓴 아이템만 모아서 글을 써봐도 재밌을 것 같네요^^

호기롭게 시작한 토핑이유식. 식단표도 작성했더랬죠. 식단표도 깔끔하게 작성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지금 보니 제 식단표는 엉망진창이었네요…..! 저는 파워 j가 아니었던 걸로 할게요. 그리고 막상 식단표를 작성해도 그날그날 아기 컨디션에 따라(가장 큰 변수가 거부하는 경우였죠), 엄마 마음에 따라 달라지더라고요. 하나하나 손으로 써서 붙여놨는데 나중에는 내용을 하도 바꿔서 지저분해졌어요. 하하하…
쌀 미음부터 시작해서 오트밀, 소고기, 애호박 등등 여러 재료를 차례차례 먹어준 우리 아가.



하지만 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달걀을 먹은 시점부터였죠. 아주 강력한 거부가 찾아왔죠. 그리고 무를 먹은 후엔 헛구역질을 하더군요. 그 뒤로 이유식을 완강히 거부하기 시작했어요.
재료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유아식으로 넘어갈 때 편식 없이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에 내심 기대가 컸는데, 오히려 저희 아기는 편식이 시작되더라고요. 솔직히 제가 먹어도 무 냄새는 역했고, 청경채는 너무 맛이 없었어요. 달걀 노른자도 너무 퍽퍽했어요.
‘대체 왜 잘 못 먹어주니?’라고 묻던 제 자신이 지금은 좀 미워요. 아가마다 다른 걸, 우리 아가는 이게 안 맞았던 걸 엄마가 파악해야 하는데도 밀어붙였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 토핑 이유식 단점
편식없이 모든 재료들을 잘 먹어줄 수도 있지만 오히려 편식을 유발할 수 있어요!
여기서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가 이유식을 잘 먹을 수 있을까? 토핑이유식 말고 자기주도이유식도 많이 하던데 그걸 해볼까?’ (지금 보니 남들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싶었나 봐요) 하면서 두부도 줘보고, 바나나도 줘보고, 전도 만들어주고, 소고기스틱도 만들어줬습니다.
그런데 정말 애바애라는 말처럼 저희 아기는 못 따라 오더라고요. 11개월 차인 지금에서야 바나나를 크게 먹기 시작한 아이예요! 여기서 진짜 중요한 점은 이유식은 우리 아기에게 맞게 진행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유식 유형, 재료, 질감, 농도 등 아기에게 맞는 방법이 분명히 있습니다. 심지어 스푼도 바꿔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제 마음에 드는 스푼을 찾았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아직도 쓰고 있어요!(*릿첼 이유식 스푼 세트입니다.)
그렇게 저는 죽이유식으로 변경을 했어요.
과연 잘 먹을까? 토핑이유식에서 죽이유식으로 바꾸다!

수기로 작성하는 것이 지저분해져서 휴대폰 캘린더 앱을 다운 받아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217일(이유식 시작한 지 37일 째)부터 죽이유식으로 바꿨었네요.
죽이유식도 쉬워 보였지만 대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냄비에 재료들을 넣고 끓여봤지만 깊은 맛도 나오지 않고 잘 안 먹더라고요.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완성될 때까지 가스레인지 앞에 있어야 했고요.
그러다 밥솥이유식을 발견했어요. ‘모 아니면 도다! 이거 안되면 어쩔 수 없다!’ 하면서 밤 11시, 12시 넘도록 밥솥이유식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만들었었죠. 아기에게 맞는 농도를 찾느라 몇 번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밥솥에 불린 쌀, 잡곡, 원하는 채소 2~3가지 넣고 5배죽으로 만드니 딱 적당한 농도가 되더라고요.
과연 저희 아기는 잘 먹어주었을까요?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대성공! 연속으로 완밥을 해주더군요.
40~50g 먹던 아기가 갑자기 70g을 먹더니, 중기 중반쯤엔 120g 까지 먹어주더라고요. 후기인 지금은 160g 정도를 먹어주고 있어요. 엄마는 여기서 희열을 느낍니다! 토핑이유식으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결국 정착한 것은 죽이유식, 그것도 밥솥이유식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죽이유식, 그 중 밥솥이유식의 장단점을 한번 적어볼게요.
* 죽이유식(밥솥이유식) 장점

1. 냄비 앞에 서 있을 필요 없다. 냄비로 죽 끓이려면 오래 걸려요. 탈까봐 이리 저리 저어줘야하는데 팔이 아픕니다. 밥솥은 내가 원하는 재료 넣고 취사 버튼 누르면 끝이에요.
2. 맛있다. 어른이 먹어도 맛있습니다. 간을 하나도 안 했지만 재료 하나하나에도 나트륨이 존재한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고유의 맛이 조화롭게 어울려 맛있더라고요. 조합을 잘 찾으면 정말 맛있어요. 중기이유식부터 육수를 사용하는데, 육수까지 더해주면 감칠맛도 나고 참 맛있답니다.
3. 먹이는 것도 간편하다. 빠르면 10분? 정도면 식사가 끝나요. 이거 저거 고민할 필요없이 죽만 떠먹여주면 됩니다.
4. 큐브 만들 일이 현저히 줄어든다. 토핑이유식 하다 보면 여러재료를 삶거나 데치거나 쪄서 갈거나 다져서 큐브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요. 죽이유식(밥솥이유식)은 그렇게 안해도돼요. 깨끗이 세척한 재료들을 그냥 생으로 넣어줘도 돼요.(다만, 닭고기나 소고기 같은 고기류, 구황작물은 미리 삶거나 쪄서 갈아 놓으면 좋습니다)
5. 세끼, 3일 분량을 한 번에 만들 수 있다. 밥솥이유식(죽이유식) 만들 때 최대 강점이 바로 칸막이를 이용해 한 번에 세가지 종류의 이유식을 만들 수 있어요!
6. 외출 시 간편하다. 죽이 담긴 통 하나만 챙기면 됩니다. 토핑이유식은 각각의 토핑을 챙겨야 하더라고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7. 시판이유식을 활용할 수 있다. 직접 만들어 먹이면 제일 좋겠지만, 요즘 시판이유식도 잘 나오는 편이더라고요. 가끔은 시판이유식 시켜서 먹이면, 엄마는 정말 편해요. 외출할 때도 강점!
* 죽이유식(밥솥이유식) 단점
1. 재료 조합 찾으려고 매번 고민한다. 어떤 재료들을 조합해야 더 맛있게 먹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돼요.
2. 아기에게 맞는 죽 농도를 찾아야 한다. 밥솥에 만들 때, 밥솥 칸막이를 이용해 만들 때 농도가 모두 다르더라고요. 원하는 농도를 찾기 위해 5번 이상은 다 버리고 다시 만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번 찾고 나면 그 이후로는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어요.
단점이 있지만 장점이 크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결국엔 나중에 돌고 돌아 죽이유식으로 가게 된다!
토핑이유식 하다 보면 결국에는 나중에 섞어 죽처럼 주게 되더라고요. 죽이유식(밥솥이유식)은 그 재료들을 한데 모아 육수와 함께 팔팔 끓였으니 얼마나 더 맛있겠어요. 처음에는 ‘죽이유식은 별로지 않을까?’, ‘예전 방식이잖아!’, ‘요즘 트렌드는 토핑이라잖아!’ 라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물론 죽이유식 보다 토핑이유식이 더 잘맞는 아기들도 많을 거예요. 저희 아기가 소화를 못 해냈을 뿐이죠.
그런데 죽이유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그래도 저는 죽이유식이 더 편한 것 같아요. 맛도 좋고요. 뭐든 내 아기에게 맞는 게 최고죠! 정말 육아는 애바애입니다. 남들 한다고 해서 다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다 알면서도 애 키우다 보면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내 새끼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죠?
제가 경험했던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적어 보았어요. ‘꼭! 죽이유식을 하세요!’가 아닙니다. 우리 아기들은 모두 다 다르니 정답은 없거든요. 고민하고 계시는 엄마들의 고민이 조금이나마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세상의 모든 엄마들, 육아팅! 파이팅!입니다^^







